안녕하세요. 필리핀에서 인사올립니다.
한국은 이제 가을의 계절로 시간이 흘러가지요. 파릇했던 나뭇잎도 그 눈부셨던 푸르름을 흘려보내고 붙잡고 있던 나뭇잎을 하나 둘 씩 다시 자연으로 돌려보내려고 채비를 하고 있겠지요. 주저함 없이 움켜쥐지 않고서 말입니다. 그 귀한 순간을 올 해도 이 곳 필리핀에선 볼 수 없기에 아쉬움이 크지만(필리핀은 계속 덥습니다...ㅎㅎㅎ) 저의 마음속에 이미 찍혀있는 마음의 사진첩을 통하여 새겨져 있는 기억의 사진들로 이 시간을 감사하며 보내고 있습니다.
1. 며칠 전 제 둘째 아이의 이빨이 흔들려 실로 뽑아준 기억이 납니다. 이 이를 빼는 과정속에서 몇 가지 느낀 점이 있어서 글을 남기고자 합니다.
흔들리는 이빨을 뽑자고 부산을 떨며 시도한지 3차례... 그러나 그 흔들리는 이가 빠지지 않자 마음에 무서움과 아픔이 찾아 왔는지 둘째 아이의 눈에는 이미 눈물이 하염없이 쏟아질 듯이 괴여 있었고 마음을 주체하기 힘들었는지 결국은 "이 안 뽑고 싶어요~~~." 큰 소리를 내며 울음을 쏟아내고 말았습니다. 그 마음을 조금이나마 위로해 주고 안심시켜 주기 위해서 "오늘은 이가 안 빠지니 그만하자. 그리고 내일 더 많이 흔들리면 다시 뽑도록 해 보자." 하고 아이를 진정시키며 하루를 마감하였습니다. 다음날 저녁이 되었습니다. 하루 종일 흔들리는 이가 많이 힘들게 했었는지 일을 마치고 돌아온 아빠가 집에 오자마자 "이"에 대한 이야기를 쏟아내는 아이를 보며 결국은 잠을 자기 전 아이를 안고 다시 이를 뽑고자 시도를 했습니다.
어제 진작에 빠져서 아이가 힘들지 않았었더라면 좋았을 것을 그렇게 아이를 아프게 했던 이가 언제그러했는지 둘째 날 단 한 번의 시도로 뽑혀졌고 아이의 마음 또한 편안해 진 것을 경험해 보는 시간이었습니다.
때가 되면 우리들 인생에서 우리가 만나야 할 걸음들이 있을 것입니다. 출생과 더불어 성장 그리고 그 성장에 따르는 진통 그리고 인생을 살면서 맞이해야 하는 육체적 쇠함과 정신적인 여러 과정들 그리고 그 마지막인 죽음까지 말입니다.
둘째 아이도 벌써 많이 자라서 유치가 빠지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이 또한 감사하고 이 또한 기쁜 일이었습니다. 물론 이가 빠지지 않아 겪는 두려움에 마음이 많이 힘들었을 것입니다. 아빠가 끈을 당겼지만 계속해서 빠지지 않는 이로 아픔이 더 했을 것입니다. 눈물은 계속 흐르고 두려움은 몰려오고 이가 안 빠진다고 내일 다시 시도하자는 말에 작은 가슴이지만 덜컹 그 마음이 주저 앉았을 것입니다. 그리고 기다리는 하루의 시간 동안 참으로 힘든 하루를 보냈을 것입니다... 성장하면 무조건 한 번은 빠지도록 정해져 있는 유치일지라도 그 시간 앞에서 힘겨워 하는 우리네 사람들의 모습을 잠시나마 아이를 통해 바라볼 수 있었습니다.
제 마음이 요즘 그런 것 같습니다. 제가 주님 안에서 걸어야 하는 제 인생의 길에서 만나게 되고 마주치게 되는 반듯이 걸어야 하고 회피해서는 안 되는 이 순간들... 그래서 받아들여야 하고 걸어야 하는 이 순간에 제 마음도 아마 제 둘째 아이의 마음과 같은 순간 순간을 마주하고 있지는 않았는지... 생각의 깊이로 고민이 많아지는 시기인 것 같습니다.
예전과 같지 않게 점점 쇠약해지는 몸과 생각한데로 따라주지 않는 육체를 보면서 어느덧 둔 해진 몸, 침침해진 눈이 저의 마음을 우울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하루에도 2만여명 정도의 확진자가 발생하고 코로나로 인해 2백 여명의 사람들이 죽어 가는 매일매일의 소식을 들으며 마음이 많이 힘들어 지기도 합니다.
제가 살고 있는 곳에서 얼마 안 떨어진 곳에 살고 계시는 선교사님들이 코로나에 확진되고 한국으로 이송되고 사경을 헤맨다는 소식이 덜컹 마음을 흔들곤 합니다.
그리고 그 흔들리는 마음을 그 어느 것도 평안케 하지 못함을 통해 오늘도 마음 구석에서 우울한 감정이 몰려옴을 느끼게 됩니다.
그런데 이러한 삶의 과정에서 오직 한 가지 주님의 말씀이 있다는 것에 다시 한 번 흔들리는 마음에 안정을 찾아 봅니다.
저에게 이 땅에서 남은 날이 얼마나 될까요? 그 남은 날의 길이를 고민한다하여 그 고민이 풀어질까요? 두려움이 사라질까요?
다만 오늘 저에게 주시는 말씀이었던 베드로전서 5장 10절의 말씀을 통해 주님 주시는 위로와 평안을 맞보아 봅니다. "모든 은혜의 하나님 곧 그리스도 안에서 너희를 부르사 자기의 영원한 영광에 들어가게 하신 이가 잠깐 고난을 당한 너희를 친히 온전하게 하시며 굳건하게 하시며 강하게 하시며 터를 견고하게 하시리라." 오늘도 온전하게 하시며 굳건하게 하시며 강하게 하시며 터를 견고하게 하시는 하나님을 통해 위로를 얻습니다. 그리고 매 순간 순간마다 이런 고백을 주님 앞에서 해 보고 싶습니다.
디모데후전 4장 7~8절
"내가 선한 써움을 싸우고 나의 달려갈 길을 마치고 믿음을 지켰으니 이제 후로는 나를 위하여 의의 면류관이 예비되었으므로 주 곧 의로우신 재판장이 그날에 내게 주실 것이니 내게만 아니라 주의 나타나심을 사모하는 모든 자에게니라."
매일이 저의 마지막 날일 것입니다. 그렇다고 죽음이 저를 두렵게 하지 못합니다. 그 매일 매일 속에서 디모데전서 4장 7-8절이 저의 고백이 되고 그러하기에 최선을 다해 살테니까요.
기도제목
오늘도 이 하루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저에게 주신 귀한 하루입니다. 내일이 저에게 주워질지에 대해 걱정하기 보단 주신 하루 더 많이 아이들을 사랑하고 주신 하루 내 주변의 사람들을 더 많이 사랑하고 주신 하루 나에게 허락하신 일에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그래서 내일이 안 올지라도 오늘이 마지막 내 인생의 날일지라도 주님이 주시는 온전하고 굳건하고 강하며 터가 굳건한 삶을 주님을 통해 살아낼 수 있도록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2. 매일 2만여명의 확진자가 나오고 2백여명의 코로나 사망자가 발생하자 테스다(필리핀 내 모든 기술교육을 주관하는 정부기관)에서는 대면 수업을 또 다시 중지시켰고 국가 시험 또한 잠정 중단시킨 상태입니다. 이와 더불어 새로 온 테스다 감독관은 그 동안 미비한 모든 행정시스템을 수정 보완하겠다고 미비 사항에 대한 수정 보완을 더 까다롭게 요구하는 터라 수 많은 서류들을 끌어내어 다시 보완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글자 한 자 한자에 대한 수정에서 부터 날자 및 공증문서의 보완작업까지 참 서류작업이란 힘든 일인가 봅니다...
기도제목
쉐마기술학교내에 대면 수업은 또 다시 중지되었습니다. 작년 3월부터 시행된 락다운으로 대면 수업이 중지되고 모든 운영에 차질이 생기고 여러 서류 작업들이 쌓여 있늠 상황입니다. 그럼에도불구하고 더 굳건하게 학교를 세우시는 주님을 만나봅니다. 이 다가온 시간에 수정 및 보완을 하고 더 터를 다지지 않는다면 훗날에 파손되어 수리해야 할 부분들이 더 많아지거나 커질 수 있기에 이 시간이 매우 필요하고 중요하다는 생각을 가져봅니다. 이 시간을 통해 학교 시스템을 더 단단하게 다질 수 있도록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3. 아이들에게 다가오는 삶의 단계를 어려운 가운데서도 잘 이겨내고 성장케 하시는 주님을 찬양합니다. 초등학교에 입학하여 작년 3월부터 대면 수업을 한 달 받아 본 것이 전부인 아이들이지만 그리고 그 수업을 통해 만남과 어울림이란 말이 힘겨운 현실이지만 화상 수업을 통해 잘 습득하는 아이들을 보며 주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하루 종일 수업의 장이 되어주고 놀이터가 되어주는 방안 공간이 1년 7개월 동안 그들에게 주워진 장소이지만 그 작은 공간에서 잘 이겨내며 잘 자라주는 아이들을 보며 주님께 감사 또 감사할 수밖에 없음을 고백합니다.
기도제목
아버지 어머니 선교사를 따라 외국에서 살아가는 많은 아이들이 있습니다. 그들이 원한 것도 아니고 선택한 것도 아니지만 부모의 뜻에 따라 작은 선교사들이 된 아이들이 많이 있습니다. 이들을 일컬어 선교학적인 용어로는MK(엠케이, Missionary kids)라고 부르는데 이들이 놓여진 인생길에서 이들이 마주치게 될 일들 건너야 할 강들을 잘 이겨내며 넘고 건널 수 있도록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4. 주중에 이 기도 편지를 쓰고 금요일에 일어난 일로 긴급 기도 요청을 드립니다. 함께 사무실에서 일을 하는 필리핀 직원이 금요일 오전에 백신을 맞으러 간다고 했다가 감기 증상이 있어 의사가 스왑테스트를 즉석에서 받아보라고 해서 받았는데 코로나 양성 반응이 나와 14일 자가격리에 들어갔습니다. 저와 다른 여직원은 늘 사무실에서 그 확진된 직원과 사무를 보기에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았고 바로 전날까지도 사무실에서 일을 처리하였기에 밀접접촉자가 되었습니다. 다행이 사무실에 자가 진단 키트가 있어 체크한 결과 음성이 나왔지만 아직 며칠 증상이 있는지 관찰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였습니다. 벌써 3번째 자가격리에 들어가는 경험을 하고 있지만 이번 상황은 좀 심각한 상황인 것 같습니다. 아무쪼록 안전할 수 있도록 그리고 이 어려운 상황을 잘 극복할 수 있도록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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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7일 선교소식 도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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